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政, KTAS 분류로 병원 방문 요청…醫 "일반인 구분 불가능"

시민단체 "중증도 분류 어렵고, 오판시 위험…환자가 감당하나"
이형민 응급의학의사회장 "KTAS, 시급히 봐야 할 환자 정하기 위한 것"

김원정 기자 (wjkim@235zy.com)2024-09-07 05:57

 
[메디파나뉴스 = 김원정 기자] 정부는 대형병원 및 응급실 과밀화 방지를 위해 환자나 보호자에게 'KTAS'(케이타스)에 기반해 경증일 경우 가까운 병·의원 방문을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시민단체는 전문 교육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국민들이 중증도를 분류하기 어렵고 오판으로 인한 피해는 환자가 감당하라는 식의 정부 태도에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의료계는 시급히 봐야 할 환자를 정하기 위해 만든 도구가 KTAS로, 중증도 구분 도구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또, 의사나 구급대원조차 정확한 KTAS 분류가 쉽지 않은 상황인데 교육도 안 받은 국민들이 KTAS 레벨을 구분하기는 절대 불가능하다는 시각이다. 자칫 중증을 경증으로 오인할 경우 생명의 위험까지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6일 정윤순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응급의료 등 비상진료 대응 관련 브리핑'을 통해 "경증질환인 경우 대형병원 대신 가까운 동네 병·의원을 이용하기를 계속적으로 요청드리고 있다"며 "한국 응급환자 중증도 분류기준 고시 제5조는 응급실 내원환자의 중증도를 5등급으로 나누고, 이 중증도 분류기준을 약칭 'KTAS'라고 한다. KTAS에 따라 1~2등급은 중증응급환자, 3등급은 중증응급의심환자, 4~5등급은 경증응급환자 및 비응급환자로 구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발표에 따르면, 중증환자에 해당하는 KTAS 1~2등급은 심정지, 중증외상, 호흡곤란, 극심한 흉통, 복통, 두통, 토혈, 의식장애 등이 이에 해당한다. 중증응급의심환자에 해당하는 KTAS 3등급은 약한 호흡부전, 중등도 복통, 두통, 혈성 설사 등이다.

또 경증환자에 해당하는 KTAS 4등급은 배뇨통, 발열을 동반한 복통, 두드러기 등이 이에 해당한다. 비응급환자에 해당하는 KTAS 5등급은 탈수 증상 없는 설사, 심하지 않은 물린 상처, 발목 염좌 등 근육 통증, 상처 소독 등이 이에 해당한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이 같은 설명만으로 본인 또는 아픈 가족의 증상을 구분하기는 쉽지 않고, 병원 문을 닫는 심야 및 휴일에는 응급실로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고민정 사무총장은 메디파나뉴스와의 통화에서 "환자나 보호자가 경증인지, 중증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다. 예를 들어, 머리가 약간 아파서 병원에 갔는데 뇌졸중 전조 증상이면 그것을 경증이라고 할 수 있나? 아이가 열이 39도 40도가 나서 해열제를 먹일 수도 있지만 발작으로 먹이지 못할 경우에는 판단을 어떻게 하며, 그에 따른 위험은 국민이 스스로 감당하라는 소리냐"고 정부 대책의 미흡함을 따져 물었다.
 
이어 "결국 소비자가 판단해서 분류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특히 병원 문을 닫는 늦은 저녁이나 심야시간, 주말에 아프면 응급실이 아닌 동네 병의원에 가고 싶어도 열린 곳이 없다. 응급실로 갈 수 밖에 없다. 아니면 평일이 돼서 동네 병의원이 문을 열 때까지 아파도 참고 있어야 되냐?"며 현실적인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의료계는 KTAS는 환자 진료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기준으로, 중증도 구분법이 아니라고 확인했다. 또 KTAS를 기준으로 일반인이 중증도를 분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의견이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은 "KTAS는 상태가 안 좋은 환자를 빨리 보려고 만든 도구다. 경증, 중증을 나누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경증, 중증을 나누는 것은 의학적으로 의미가 없다"며 "빨리 봐야 한다고 해서 다 중증이 아니며, 천천히 봐야 한다고 해서 다 경증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국민들에게) 경증, 중증을 구분해서 방문하라고 하는 것은 결국, 환자에게 응급실에 가지 말라는 소리 아니냐"고 되물었다.

김태훈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정책이사도 KTAS에 기반해 환자 및 보호자가 중증도를 분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시각이다. 김 이사는 "교육을 받지 않은 의사들도 KTAS를 알 수 없고 구급대원도 정확한 KTAS를 구분할 수 없는데 일반인들이 어떻게 교육도 받지 않고 KTAS 레벨을 구분할 수 있을까? 절대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도 개인 SNS에 환자 및 보호자가 중증도를 분리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전문 교육을 받은 의사조차 드러나는 증상만으로는 중증도 분류가 쉽지 않다는 점을 사례를 들어 언급했다.  

박단 위원장은 "증상의 원인이 무엇인지 의심조차 어려운 경우도 많다. 응급의학과 전공의 1년차 때 진료했던 환자 중 치통을 주호소(chief complaint)로 내원한 할머니의 경우, 당연히 의식은 명료했고 경환 구역까지 걸어서 들어왔다. 응급실에 내원하는 치통 환자는 대부분 검사 없이 통증 조절만 하거나, 치과 협진 후 귀가한다"며 일반적인 처치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그 환자는 호소하는 증상이 갈피가 잡히질 않았다. 고령이기도 해서 검사를 권유했고 이것저것 진행했다. 결과적으로 CT상 대동맥 박리가 확인돼 흉부외과 전공의에게 연락해 곧장 수술실로 올라갔다. 보기 드문 사례다. 지금 돌이켜봐도 정말 황당하지만 집요하게 파고들지 않았다면 그 환자는 죽었을 것"이라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박단 위원장은 "(중증도) 진단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전화를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중증과 경증을 나눌 수 있다면 트리아지(Triage)라는 응급 환자 분류 체계는 물론 6년의 의과대학 교육과 5년의 응급의학과 전공의 수련 과정 역시 불필요한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4일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이 모 라디오프로그램에 출연해 중증도 분류를 어떻게 해야 할지 묻는 질문에 "본인이 전화를 해서 (중증도를) 알아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경증"이라고 말한 데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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